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무조건 이거다!! 했던 것이 바로 <빛의 벙커> 관람이었다.
빛의 벙커는 미디어아트로 나는 정말 1도 모르는 미술의 영역이다. 학창시절 몇번 사생대회를 나갔던 것을 빼면 어릴때는 그림그리는 걸 조금 좋아했었다는 정도일 뿐 미술에 대해 딱히 잘 알지도 못하고 크게 관심도 없었다.
아, 최근에 집에서 취미미술을 조금 하기 시작했지만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내 마음대로 막 그려대는... 미술이라기 보다는 낙서에 가깝달까 ㅎㅎ

어쨌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가서 꼭 보고와야 한다고 강력추천했기 때문에 빛의 벙커가 1순위였다. 그래서 첫 날에 바로 성산 쪽으로 숙소를 잡았다는 사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빛의 벙커를 소개하자면,

< 빛의 벙커 >

빛의 벙커는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공간과 작품이 만나 관람객에게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이다.   전시실에 입장하는 순간, 관람객은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에 둘러싸여거장의 작품과 음악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다.
전시실 곳곳을 자유롭게 돌며 작품과 내가 하나되는 경험을 할수 있으며, 현재 제주에서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 벙커를 재생하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빛의 벙커 홈페이지에서 발췌


참고로 빛의 벙커는 이전에 고흐와 클림트 전이 전시되었었고, 현재는 모네, 르누아르, 샤갈 전이 전시중이다.
전시기간은 2021.04.23(FRI) - 2022.02.28(MON) 이며, 관람시간은 4월부터 9월까지는 10시-19시(입장마감 18시), 10월에서 3월까지는 10시-18시(입장마감 17시)이다.

클림트전이 한창 일때 주변에서 많이 관람후기를 들려주었고 매우 황홀한 경험이었다고들 해서 대체 어떤 전시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하루 전날 네이버예약으로 예매를 했고 다음 날 아침에 설레는 마음에 엄청 일찍 눈이 떠졌다.


드디어 빛의 벙커 입구에 도착!!!
입간판을 볼 때부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우산(?)을 든 여인의 그림은 진짜 누구나 한번쯤은 본 적 있을 아주 유명한 그림이다. 나도 익숙하긴 한데, 사실 정확한 이름이나 화가는 잘 모른다. 모네인지 마네인지 였던 것 같은데.. 정도. 부끄러운 나의 미술지식이다 ㅎㅎ

어쨌거나 도착해보니입구가 벙커처럼 생겼다.
빛의 벙커라는 이름은 빛이 가득한 전시라서 그런건가 싶었는데 실제로 벙커로 사용되던 공간이라고 한다. 쓰임을 다한 어떤 공간을 새로이 재해석해서 사용중이라는 것도 왠지 감동적이었다.



빛의 벙커 티켓


쨘! 예매한 표를 발권하고 이제 진짜 전시실로 입장!
아. 발권은 요즘 시대에 발 맞추어 ㅎㅎ 키오스크로 하고 있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미리 예매를 했는지, 어디에서 예매를 했는지, 어떻게 발권해야하는지를 잘 설명해주시니 걱정은 놉! 아직은 젊은이인(이고 싶다..) 나도 가끔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직원분 덕분에 손쉽게 발권할 수 있었다.


빛의 벙커 입구에서

입구에 있는 안내문구들부터 찬찬히 읽어보았다.
사뿐사뿐과 소곤소곤.. 정말 너무 당연한 것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 문구를 보면서 제말 내가 관람하는 동안에는 그런일이 없기를 바랬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진촬영은 카메라소리가 나지않는 어플로 촬영했다. 혹시나 셔터소리가 다른사람의 관람을 방해할까봐 나름의 배려랄까!

그리고 두근두근. 입장!!
입장을 했을 때 완전 어두컴컴해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전시가 끝나고 잠시 암전되는 시간에 내가 입장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문구가 커다랗게 보였다.

현재 빛의 벙커에서는 메인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눠진 두개의 전시를 하는데, 메인 전시는 모네, 르누아르, 샤갈 전이고 내가 먼저 봤던 파울클레 전시는 기획전시였다.

파울 클레, 음악을 그리다
화가이자 음악가였던 파울 클레의 다채롭고 추상적인 작품 재조명
상영시간 : 10분


나는 파울클레라는 화가를 이날 처음 알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파울클레는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미술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파울클레의 그림에는 음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황금물고기' 였는데, 강렬한 색체와 미디어아트로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느러미와 눈알의 움직임이 마치 눈앞에 진짜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 했고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가 어우러진 수조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그 빨간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서, 나중에 기념품샵에서 결국 황금물고기 마그넷을 구입했다. ㅋㅋ
음표가 등장하는 그림도 있었고, 무엇보다 파울클레 전시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예술이었다. 배우들이 나오는 그림에서는 워낙에 유명한 그 노래가 나온다. ㅋㅋ 밤의여왕 아리아!
아~아아아아아아아~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올땐 그림과 음악이 하나가 되서 나도 완전히 빠져버렸다. 음악까지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려오니 훨씬 더 재밌어졌다.

파울클레, 음악을 그리다

파울클레의 전시는 메인 전시인 모네, 르누아르, 샤갈 전보다 짧지만 매우 인상깊었다.
메인전시보다 전체적으로 좀 더 생동감있는 느낌이었고, 뭔가 아기자기한 귀여운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색감때문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차피 나는 미술에 문외한인 일반인이니까 그냥 순간순간 느껴지는 대로, 내방식대로 해석하고 즐겼다. ㅎㅎ



파울클레의 전시를 관람하고 나니 다시 잠시 암전이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메인전시가 시작되었다.

빛의 벙커 - 모네, 르누아르… 샤갈
지중해 해안을 따라 시간을 거스르는 미술 여정으로의 초대
상영시간 : 35분

메인전시가 시작되고나서는 조금씩 주변을 둘려보기 시작했다.
파울클레의 전시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마치 혼이 빼앗긴 사람처럼 멍하니 쳐다보느라 입구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ㅋㅋ 관람을 했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생각보다 벙커내부가 컸고, 대형 스크린이 안쪽에 훨씬 많이 있어서 조금 둘러보았다.
가벽처럼 커다란 스크린들이 중간중간 설치되어있었고 벽을 따라서 모든 공간이 스크린이었다.
사방의 벽과 바닥까지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그림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빛의 벙커 - 모네, 르누아르, 샤갈

드디어!! 이제 좀 뭔가 알 것 같은 그림들이 나왔다 ㅎㅎ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익숙한 것들이 많아서 더욱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초록색들이 많다보니 마치 들판에 앉아있는 듯 했다.

전시관 내부에는 벤치가 놓여져있기는 한데 벤치에서 보는 것보다 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보는것을 추천한다 ㅎㅎ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데, 바닥에서 보는게 뭔가 더 그림에 몰입되는 느낌이랄까.

전시 안내처럼 메인전시에서는 지중해의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나는,
한그루의 나무가 되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푸릇푸릇한 잔디에 누워서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 앉아도 보고
유럽의 어느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되기도 하고
강변을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를 한잔 하고
또, 목욕하는 여인들을 몰래 훔쳐보기도 하면서
그림이 바뀔 때 마다 그 그림속에 들어가는 듯했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그림 속 주인공들과 매번 적절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눈과 귀는 물론, 나의 모든 감각을 그 그림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다.


전시는 메인전시와 기획전시를 합쳐도 한시간 남짓이었지만,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빠져 나도 모르게 3시간 가까이 벙커 안에 있었다. 3번정도 관람을 했던 것 같다.
처음 관람이 끝난 후에는 다음 전시가 상영되기 전에 계속 자리를 옮겨가면서 관람했다.
같은 그림이라도 스크린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고 관람위치에 따라서 사방의 그림들이 동시에 보이기도 하고, 정면의 스크린만 보이기도 하는데 각각의 느낌이 다 다르다.
그래서 꼭!! 관람위치를 옮겨가면서 여러각도에서 관람해보는 것을 추천!!
만약 에어컨이 좀 덜 빵빵했더라면.. 한시간 정도 더 관람했을 것 같다. ㅋㅋ 겉옷을 챙겨갔는데도 너무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퇴장해야했다.

일단 한번 퇴장하면 다시 갈 수 없다!!!
그리고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음!!! 꼭 관람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올 것!!!

빛의 벙커 기념품

전시실을 나오면 바로 기념품샵으로 연결된다.
이런경우 가끔 불쾌감을 느낄때도 있는데 이날은 전~혀! 오히려 생각도 없던 기념품이 사고싶어졌다.
앞서 말했지만 황금물고기랑, 우산을 든 여인의 그림이 그려진 마그넷을 샀다.
아. 동생이 CD를 사다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직원에게 물어보니 고흐전만 CD를 판매했었다고 한다. 현재는 재고가 없고 만들 계획도 없단다. ㅠㅠ 나도 있다면 소장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기념품샵에는 그림이 새겨진 마그넷, 가방, 엽서, 손수건 등등 많은 제품들이 다양하게 있었고 요즘 뜨는 캠핑용품도 있었다. 최근에 캠핑에 관심이 생겨서 조금 탐나긴 했지만... 꾹 참고 ㅎㅎ 마그넷만 구매!


빛의 벙커 전시는 제주에서 본 것중에 단연 1등이다.
물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은 순위조차 매길 수 없지만, 빛의 벙커는 내게 아주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관람을 끝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 어? 나 미술 좋아하는 건가? " 였다.
그림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내가 넋을 놓고 그림을 보게 될줄이야.
그리고 내가 봤던 그림들이 조금 궁금해졌다. 언젠가 미술전을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빛의 벙커를 관람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잘 통제되지 않았다는 것.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것보다는 마구 뛰어다니거나 큰소리로 말해도 전혀 아이를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이 문제인 것 같다. 조금 더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의 벙커는 내게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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